중세와 현재를 연결하는 다리 한강만큼 폭이 넓은 강을 품고 있는 대도시는 드물죠.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스강의 평균 강폭은 300m 이내인 반면 한강은 평균 1.2km 이상이에요. 한강 위 다리만 해도 총 31개, 서울 시내에 있는 다리는 22개나 되죠. 그러나 지금까지 전용 보행교는 없었죠. 압구정에서 성수동 서울숲을 잇는 다리가 완공되면 한강 전용 보행교가 될 거라고 합니다. 어떤 형태일지, 도시에 어떤 인상을 줄지 궁금해요. 중세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는 기존 다리들과 전혀 다른 이미지의 보행교가 생겼어요. 오프 화이트의 미니멀한 디자인. 바로 ‘스트바니체(Stvanice)’ 다리에요. 프라하 중심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불타바 강’(독일어인 ‘몰다우 강’으로 많이들 알고 있죠) 위에 놓여있어요. 다리 길이는 300m, 보행 폭은 4m로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지만 구급차도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해요. 카를교 프라하에는 다리가 많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1402년에 완공된 ‘카를교’죠. 프라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고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4세가 자신의 이름을 붙여서 만든 다리에요. 구시가지와 프라하 성을 잇는 이 다리는 30개의 동상들로 도시에 장엄한 이미지를 부여합니다. 성서 속 인물들과 체코 성인 등 30인의 동상은 이 다리에 미학적 가치를 더해주죠. 카를교뿐만 프라하는 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요. 건축의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건축양식을 보유하고 있고요. 로마네스크, 고딕건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네오 르네상스, 고딕복고 양식, 아르누보, 입체파 건축까지 도시 곳곳에서 역대 건축사의 모든 양식들을 볼 수 있어요. 중세를 재현한 듯한 도시, 뾰족한 지붕과 장식적 요소가 많은 도시 속에서 절제된 디자인의 미니멀한 스트바니체 보행교는 눈에 띌 수밖에 없죠. 중세에서 근대를 거쳐 미래로 건너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스트바니체 다리는 공공건물인 다리가 도시의 대형 조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같아요. 스트바니체 다리는 성격이 다른 두 동네, ‘홀레쇼비체’ 지구와 ‘카린’지구를 연결하고 있어요. 홀레쇼비체는 작은 상점과 개성 있는 갤러리가 즐비한 반면, 카린은 새롭게 부상하는 행정 중심지이자 주거지에요. 또, 다리 중간에 위치한 스트바니체 섬과도 연결되어 있어 녹지 접근성도 높였고요. 스트바니체 다리는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도심과 자연의 연결하고, 중세와 미래라는 시간도 연결하고 있다고 할까요? 이 미니멀한 화이트 다리의 난간 끝을 좀 보세요. 예술가의 조각품으로 디테일을 살렸어요. 과거에 스트바니체 섬은 말과 토끼의 사냥터였고, 홀레쇼비체는 도살장이었다고 해요. 지역의 역사를 반영하기 위해 토끼, 말, 소 등의 미니멀한 조각품으로 다리의 미감을 완성했어요. 아름다운 도시는 이렇게 고유한 것들을 지키고, 시대를 반영하고, 디테일을 살릴 때 만들어지는 거겠죠? 도시의 맥락 읽기, 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변신 / 프란츠 카프카 올 초 '만약 내가 바퀴벌레로 바뀐다면?’이라는 질문이 유행했죠. '그래도 내 새끼인데 내가 잘 키워야지'라는 부모님들의 대답은 감동적이었어요. 이 질문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 내용이에요. 이 책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벌레로 변신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되죠. 변신에서 다루는 주제는 '인간소외'예요. 가족이라는 따뜻한 관계도 경제적 기능을 상실한 구성원에게는 무정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죠. 우리도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카프카는 체코 프라하 출신이에요. '카프카가 없는 프라하는 모차르트가 없는 잘츠부르크와 같다'고 할 정도로 카프카는 프라하의 자부심이죠. 프라하에는 카프카 박물관과 카프카의 옛 작업실도 있고요. 프라하 도시 이야기를 계기로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추천드려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이미지 출처: Yatzerwww.dez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