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갤러리는 한 끗 차이 더현대서울 가장 빨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라면 백화점 아닐까요?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뒤덮은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는 연일 화제에요.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성지로 등극했다고 할까요? 현대백화점은 ‘해리의 꿈의 상점’을 테마로 해리라는 이름의 곰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서사를 연출하고 있죠. 특히 여의도의 ‘더현대서울’은 5층 H빌리지에 유럽의 상점 골목을 재현해서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핫플’이 됐고요. 백화점은 이제 쇼핑을 넘어 전시 경험을 위해 찾는 곳이 됐어요.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이미 150년전부터 시작된 문화에요. 프랑스의 ‘봉 마르쉐(bon marche)‘는 1852년에 지어진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에요. 봉 마르쉐는 ‘현대 상업의 대성당’ ‘쇼핑의 성전’이라고 불렸는데요, 판매자 위주로 들쭉날쭉했던 가격을 바로잡아 정가로 판매하고 환불제와 할인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곳이기도 해요. 봉 마르쉐의 천장에는 에펠탑을 설계했던 구스타프 에펠의 디자인이 남아있어요. 중앙에 있던 화려한 계단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1990년에 에펠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에스컬레이터로 바뀌었어요. 바로 이 에스컬레이터가 봉 마르쉐 백화점의 시그니처가 되죠. 중앙 에스컬레이터(Leandro Erlich 작품) 봉 마르셰 백화점은 에스컬레이터 중심으로 설치되는 공간 예술로 유명해요. 매년 현대 미술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하죠. 에스컬레이터는 작품의 일부가 되거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뷰 포인트로 변신하고요. 어떤 갤러리보다 화려한 갤러리, 어떤 백화점보다 화려한 백화점이 된다고 할까요? Prune Nourry 작품 예술을 활용한 봉 마르셰의 마케팅 전략은 18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창업주는 판매 촉진을 위해 흰색 가정용품을 세일하는 ‘흰색의 달(mois du blanc)’ 행사를 만들었어요.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백화점이 주목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였죠. 작가들과의 협업은 한동안 중단됐다가 2016년, 중국 작가인 ‘아이 웨이웨이’ 작품으로 화려하게 부활됐어요. 봉 마르셰의 1월은 흰색의 달이에요. 매년 1월마다 새로운 작가의 ‘흰색’ 작품이 봉 마르셰의 중앙 홀에 공개되고, 봉 마르셰는 늘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되죠. oana Vasconcelos 작품 지난 7년간 봉 마르쉐는 일본 디자인 회사 ‘넨도(nendo)’ 대표인 오키사토의 키네틱 아트와 치하루 시오타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서 프랑스, 포르투칼, 아르헨티나, 튀르기예,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작가들의 무대가 되었어요. 작년엔 튀르키예 작가인 ‘마흐메트 알리 위살’의 ‘수(SU)’가 전시됐어요. 수는 터키어로 ‘물’을 뜻해요. 이 작품은 지구 온난화와 해양 산성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죠. 백화점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는 것도 르 봉마르쉐의 파격을 볼 수 있죠. Chiharu Shiota 작품 nendo 작품 올 1월부터 인도 출신의 예술가 ‘수보드 굽타’의 작품 ‘상암(Sangam)’이 전시 중이에요. 상암이란갠지스강을 포함해 인도의 세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라는 뜻의 힌디어에요 봉 마르쉐도 전 세계 사람들이 만나 인간의 강을 형성하고 있음을 은유하고 있죠.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냄비, 팬처럼 일상적인 식기를 이용해 삶의 복잡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Subodh Gupta 작품 옛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백화점이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이야기하고 있는 봉 마르쉐. 170년 전에 지어진 이 백화점의 행보를 보면 오프라인 공간이 주는 에너지는 대체불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시의 맥락 읽기, 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 에밀 졸라 "여자들의 마음을 얻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세상을 팔아치울 수도 있다니까요!" 프랑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에밀 졸라’의 소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을 관통하는 대사에요. 19세기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소재로, 백화점의 긍정적인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포착하고 있어요. 정가제, 바겐세일, 미끼상품, 반품 제도, 직원 성과급제, 경품 증정 이벤트 등 오늘날 익숙한 백화점의 전략은 봉 마르쉐 창업자가 처음 도입한 것들로, 이 책에서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요. 소설의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은 우리를 19세기 파리로 데려다 주죠. 당시 백화점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고 할까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이미지 출처:www.lvmh.comwww.lebonmarch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