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을 보는 새로운 발상 최근 라스베이거스에 생긴 거대한 구형 공연장, ‘스피어(Sphere)’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죠. 압도적인 기술 이전에 우리를 충격에 빠트린 것은 ‘공연장을 공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구나’라는 상상력이 아니었을까요? 우리는 건물이나 시설물에 ‘스테레오 타이프’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학교는 이래야 한다, 놀이터는 이래야 한다, 아파트는 이래야 한다 등 우리에게 익숙해져 버린 형태들은 우리의 인식을 고정시켜버리죠. ‘도쿄의 공중화장실 프로젝트(THE TOKYO TOILET)’는 ‘공중화장실’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어요. 공중화장실 개선 프로젝트는 비영리 단체인 ‘일본재단’과 도쿄 ‘시부야 구’의 협약으로 시작됐어요. 비영리 단체와 지자체의 사업. 얼핏 생각하면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죠. 그러나 결과물은 대 반전이었어요. 시부야 곳곳에 설계된 17개의 화장실은 투어를 다니고 싶을 만큼 모두 개성 넘치고 획기적이었거든요. 주최 측에서 당부한 것은 단 한 가지. ‘성별, 연령, 장애의 유무를 불문하고 누구나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디자인’해달라는 거였죠.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크리에이터들이 공모전에 참여했어요. 기피 시설이거나 접근성이 떨어졌던 시부야의 공중화장실들은 하나씩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죠. 반 시게루 설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 수상 경력이 있는 ‘반 시게루’는 종이 건축가로 알려져 있죠. 전 세계 재난지역에 종이 대피소를 설계하는 등 인도적인 활동으로도 유명하고요. 그가 설계한 ‘투명 화장실’은 해외 미디어에서도 주목을 받았어요. 가장 프라이빗해야 할 화장실을 투명 유리로 만들었으니까요. 그가 화장실 외벽을 유리로 만든 이유는 단순해요. 화장실 내부가 깨끗한지, 사용 중인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거죠.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는 순간 투명 유리는 불투명하게 변해요. 2개 공원에 위치한 반 시게루의 화장실은 밤이 되면 어두운 공원을 비추는 랜턴 역할을 한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고요. 사토 카주 설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토 카주’의 화장실은 흰 반구형이에요. 이 화장실의 특징은 100% 음성 인식이라는 점이죠. 음성 명령으로 문을 열고 물을 내리는 등 모바일 테크의 기능성과 디자인을 가져왔어요. 디자이너 ‘타무라 나오’는 일본의 전통 포장 방식인 ‘오리가타’에서 영감을 얻은 화장실을 설계했고요, 공간 언어의 대가로 불리는 ‘가타야마 마사미치’는 15개의 콘크리트 벽을 엇갈리게 디자인해서 공중화장실이 이렇게 고급스러운 아우라를 가질 수 있구나, 감탄하게 하죠. 타무라 나오 설계 가타야마 마사미치 설계 세계적인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의 화장실은 대형 세면대를 닮았어요. 다양한 키의 사람들이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유선형의 외벽에 개수대를 설치했죠. 삼나무를 불규칙한 형태로 배치하여 자연과 일체감 있는 화장실을 구현한 ‘쿠마 켄코’, 수직의 금속 루버를 원통형으로 세워서 시야는 가리되 통풍을 가능하게 한 ‘안도 다다오’의 화장실까지 17개의 공중화장실은 공중화장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도쿄를 디자인 도시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어요. 후지모토 소우 설계 쿠마 켄코 설계 안도 다다오 설계 크리에이티브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심플한 기준만 제시한 주최측, 공중화장실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 그들의 독창적인 해석, 위생과 청결을 유지하려는 책임 있는 노력.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죠. 공중화장실만이 달라질 수 있는 건 아닐 거예요. 학교도, 아파트도, 거리의 공원도, 버스정류장도 모든 것이 다른 관점으로 기획되고 디자인되면 고정관념 따위는 철거되고 우리의 생각도 리뉴얼 되지 않을까요? 도시의 맥락 읽기, 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행동하는 종이 건축 / 반 시게루 시부야에 ‘투명 화장실’을 설계한 반 시게루는 사실, 종이 건축의 대가에요.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르완다, 인도, 아이티, 튀르키예 등 재난현장에서 그가 설계한 종이 대피소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죠.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와 방수 처리된 종이로 빠른 시간내에 임시 거처를 만든 건축가. 인류애를 발휘하는 반 시게루의 행동하는 철학을 이 책으로 만날 수 있어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이미지 출처:https://tokyotoilet.j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