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한복판에 생긴 일타이쿤(Tai Kwun)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 H.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죠. 2018년 홍콩의 빌딩 숲 ‘센트럴’에 생긴 ‘타이쿤(Tai Kwun)’은 현재와 과거가 끊임없이 대화하는 복합공간이에요. 150년 전에 교도소, 경찰서, 법원이었던 공간들에서 현재의 홍콩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류하고 있거든요. Parade Ground 홍콩은 1997년 이전의 홍콩과 1997년 이후의 홍콩으로 나뉘죠. 홍콩의 고단한 역사를 잠깐 돌아볼게요. 두 번의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한 중국(당시 청나라)은 홍콩을 영국에 내주게 되죠. 1841년부터 1997년까지 156년간 홍콩은 영국령이었어요. 19세기 영국의 주요 무역항이었던 홍콩은 빅토리아 문화를 흡수하게 되죠.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의 통치를 받게 되지만 그 이후 다시 영국에 귀속돼요. 중국의 끊임없는 홍콩 반환 요구와 영국과의 합의로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영국령에서 ‘홍콩 특별행정구’가 됩니다. ‘홍콩 차이나’라고도 부르고요. 홍콩은 외세에 의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과도한 인구밀도와 빈부격차로 고군분투합니다. 파란만장한 근현대사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고요. 홍콩에 남아있는 헤리티지 건물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의 논의는 2008년 본격화되죠 ‘타이쿤’은 홍콩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서 10년간의 리모델링 끝에 완성한 그 해법이에요. 타이쿤 지도 2018년 5월에 개관한 타이쿤은 기존 건물들을 제거하지 않고 새로운 건물 2채를 지어 ‘신구’의 건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했어요. 원래 타이쿤은 1850년대 홍콩에 주둔하던 영국군이 중앙 경찰서와 재판소, 빅토리아 교도소를 한 데 모아놓은 사법기구였어요. 재판이 열리고 형량을 받은 사람들이 투옥되던 무시무시한 장소였던 거죠. 리노베이션 된 타이쿤은 빅토리아 시대의 감옥을 그대로 살렸어요. 대신 콘텐츠를 채웠죠. Prison Yard B홀의 감옥에서는 당시 투옥됐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미디어 아트로 재현하고 있고요 D홀에는 레스토랑, E홀에는 칵테일 바가 있어요. 감옥의 원형이 살아있는 공간 안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죠. 감옥에서 나오면 넓은 ‘퍼레이드 광장’이 있어요. 초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홍콩에서 이렇게 여유 있는 광장은 예외적이죠. 광장에서 보이는 빅토리아 시대 건물인 ‘버락 블록(Barrack Block)은 영국 경찰의 기숙사로 쓰였던 곳이에요. 지금은 헤리티지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고요. 리노베이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알루미늄판을 쌓아 올린 것 같은 ‘JC 컨템퍼러리’와 ‘JC 큐브’ 두 채의 건물이에요. 프리츠커 상을 받은 스위스 듀오 건축가 ‘해르조그와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했는데요, 이들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 등이 있어요. 듀오 건축가는 내부의 석조를 그대로 둔 채 알루미늄으로 외관을 둘러싸서 연결감과 차별성을 둘 다 살렸어요. 내부의 나선형 계단이 인상적인 JC 컨템퍼러리는 현대미술관으로, JC 큐브는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필로티 구조물인 JC 큐브의 1층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계단 공연장이기도 하고요. 1년 내내 새로운 전시와 공연이 벌어지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재방문율은 높은 편이에요. JC 컨템퍼러리 JC 큐브 타이쿤을 다시 찾게 하는 이유는 전시와 공연뿐이 아니에요. 여러 건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타이쿤에는 30개도 넘는 식당과 카페, 가게들이 있어요. 그중에는 타이쿤에만 입점되어 있는 브랜드 매장도 있고요. 세계 3대 아트북 출판사인 ‘타셴 (TASCHEN)’, 유서 깊은 홍콩의 테일러 샵인 ‘유엔 테일러(Yuen's Tailor)’, 수제 도자기 브랜드 '터치 세라믹(Touch Ceramics)’ 등 유니크한 매장은 타이쿤의 인기를 높여주고 있죠. 타셴 (TASCHEN) 터치 세라믹(Touch Ceramics) 레스토랑 드래곤플라이 (Dragonfly) 2018년 오픈과 동시에 타임지는 ‘세계 최고의 장소’로 타이쿤을 주목했고, 2019년에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문화유산 보존 우수상을 받았어요. 10년이라는 공사 기간과 천문학적인 비용. ‘타이쿤’ 개발은 땅이 좁은 홍콩이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러나 도시 가치와 헤리티지의 공존을 이렇게 잘 풀어낸 케이스도 드문 것 같아요. Barrack Block 도시의 맥락 읽기, 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 주성철 20년간 영화잡지 기자로 일하며 홍콩영화의 전성기 시절 왕가위, 유덕화, 양조위, 주성치, 성룡 등을 직접 인터뷰한 홍콩영화 마니아의 성지순례 이야기. 홍콩섬부터 구룡반도, 신계, 란타우섬, 마카오까지 영화 속 장소를 만날 수 있어요. <아비정전>의 씬 시티, <첨밀밀>의 캔턴 로드, <천장지구> 비극적 장면의 성 마거릿 성당까지. 영화 속 이야기를 듣다 보면 홍콩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www.dezeen.com/2018/12/05/tai-kwun-art-centre-hong-kong-herzog-de-meuronhttps://www.herzogdemeuron.com/projects/296-tai-kwun-centre-for-heritage-art/https://www.taikwun.hk/en/https://www.rocco.hk/?lang=en&view=projects,typology,featured-project&p=central-police-station-revitalisation-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