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 있지만 충만한 공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최근 ‘금서 논란’이 이슈가 되고 있어요. 미국의 공립학교와 도서관에 ‘청소년 유해도서’를 퇴출시키는 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죠. 동성애나 노골적인 성행위를 다룬 책으로부터 청소년들을 지키자는 명분으로요. 이런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보수적인 주'의 학부모 단체들이고요. 사실, 미국에서 금서 논쟁은 처음이 아니에요. 이념 대립을 보여주는 지표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슈죠. 그러나 ‘금서’라는 단어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은 아닐까요?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읽으면 안 되는 책을 규정할 수 있다는 걸까요? 그런데 미국의 이런 바람이 우리나라에도 불고 있어요.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금서 논쟁은 아이러니할 수밖에요. 심란한 마음을 정화시켜 줄 아름다운 도서관을 찾아가 보기로 해요. 독일 남부에 ‘슈투트가르트’라는 도시가 있어요.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 본사가 있는 곳이죠. 이곳에 우리나라 건축가가 설계한 시립 도서관이 있어요. 무려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아름다운 도서관 7곳에 포함되는 곳이죠. Ⓒarchilovers 국제 공모를 통해 시립 도서관 설계를 맡게 된 이은영 건축가는 도서관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어요. 과거에 교회가 했던 역할을 현대에는 도서관이 한다고 해석했거든요. 그는 도서관이야말로 만인이 평등하게 지식을 공유하고, 지친 영혼을 정화시키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네모 반듯한 정방형 디자인의 도서관이 지어질 당시, 사람들은 답답해 보이는 도서관의 외관을 우려하며 ‘책의 감옥’이라고 비웃었죠. 12년 공사 끝에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은 2011년에 개관했어요. 그리고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반전 매력에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죠. 딱딱해 보이는 외부와 달리 내부로 들어서면 종교적인 공간에 들어온 듯한 압도감을 주었기 때문이에요. Ⓒarchilovers 도서관의 중심부에는 4층 높이까지 텅 빈 공간이 있어요. 정육면체 건물 속에 또 하나의 정육면체 공간이 들어있는 셈이죠. 이곳은 도서관의 심장(DAS Herz)이에요. 이은영 건축가는 공간의 근원이 되는 이곳을 로마의 판테온에서 영감 받아 설계했다고 해요. 도서관의 심장 Ⓒheinze Ⓒalbrechtvoss 천장의 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면 텅 빈 공간은 빛으로 충만해지죠. 바닥에는 사각의 틀을 통해 흐르는 물을 볼 수 있고요. 도서관을 자아성찰의 장소로 해석한 건축가의 의도가 가장 잘 반영된 공간이에요. 책에 둘러싸여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나 자신과 대면하고 나를 읽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도서관에 입장할 때마다 명상의 공간을 거치는 것은 책에 몰입하고 이곳을 찾은 이유를 한 번 더 반추하게 하는 의식일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책을 만나러 가볼까요? 4층부터 8층까지 위로 올라갈수록 바닥 면적이 점점 넓어지는 역삼각형 형태를 이루고 있어요. 점점 확장되는 공간에서 도서를 탐험하며 나의 지식체계가 확장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겠죠. 도서관 내부는 책과 사람을 제외하면 순백색이에요. 책과 사람을 중심으로 내세우며, 그 외에 모든 것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배경이 되는 효과를 주죠. Ⓒhomeoftravel.de Ⓒalbrechtvoss Ⓒgerman-architects Ⓒgerman-architects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의 특징 중 하나는 약 30개국 언어의 출판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다양한 문화권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볼 수 있죠. 건물 외벽의 4개 면에는 독일어와 영어, 아랍어, 한국어로 ‘도서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기도 해요. ‘도서관’이라는 한글이 채택된 것은 설계자의 영향력이 컷을 테고요. 밤이 되면 이 건물은 푸른색의 큐브로 변신해요. 책의 정령이 깨어나는 것처럼요. 도시에서 잠들지 않는 공간이 있다면 그것은 도서관이 아닐까요? Ⓒarchilovers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왜 고전을 읽는가 / 이탈로 칼비노 저 우리는 왜 고전을 읽어야 할까요? 이탈리아의 저명한 작가인 칼비노는 이 물음에 대해 독창적인 대답을 펼치고 있어요. 권장 도서 목록처럼 강요하는 글이 아니라 작가의 순수한 열정으로요. 그는 고전의 정의를 14개로 정리했어요.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뭔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책', '우리가 처음 읽을 때조차 다시 읽는다는 느낌을 주는 책', '사람들에게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읽었을 때 예상치 못한 생각들을 발견하는 책'이라고요. 고전 읽기를 미루고 있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german-architects.comstadtbibliothek-stuttgart.dewww.stuttgart.dewww.heinze.dewww.archilovers.comhomeoftravel.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