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시대, '낭비 없는 건축’을 이야기하다 2025년에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열려요. 세계 박람회를 뜻하는 엑스포는 두 종류가 있어요. 5년 간격으로 '0'과 '5'로 끝나는 해에 열리는 ‘등록박람회’와 그 사이에 열리는 ‘인정박람회’가 있죠. 둘 다 엑스포로 통용되지만, 등록박람회야말로 세계적인 협회가 인정하는 월드엑스포에요. 내년 오사카 엑스포는 수개월에 걸쳐 큰 규모로 열리는 월드엑스포고요. 엑스포는 국가와 기업들의 최신 기술 동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혁신의 최전선이에요. AI나 기후변화, 전쟁 등 글로벌 이슈에 공동 대응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영감을 제공하고 있죠.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161개국이 참여하며, 47개국이 독립 국가관 형태의 건축물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블루 오션 돔 Ⓒshigerubanarchitects '우리 삶을 위한 미래 사회 설계'를 주제로 한 내년 엑스포에서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건축가가 있어요. 이미 많은 분들에게도 익숙한 건축가, '반 시게루'에요. '종이 건축가'이자 '지속가능한 건축'의 대가로 불리죠. 그 이유는 오사카 엑스포에서도 알 수 있어요. 그는 세 개의 반구가 이어진 '블루 오션 돔'(Blue Ocean Dome)을 설계했어요. '종이'와 '대나무', '탄소강화 플라스틱' 등 친환경적이면서도 가벼운 건축 재료를 선택했죠. 공사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고, 콘크리트를 철거할 필요가 없어 낭비가 덜하다고 해요. 무엇보다도 엑스포가 끝나면 건축물을 그대로 뜯어서 몰디브의 리조트 시설에 재활용한다고 하니, 설계부터 해체 후 재활용까지 고려한 또 하나의 지속가능한 건축의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아요. 블루 오션 돔 내부 Ⓒshigerubanarchitects 반 시게루는 엑스포를 통해 특이하고 눈에 띄는 건축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엑스포를 계기로 새로운 종류의 구조물을 실험해 보고 건축 시스템을 혁신하고자 했어요. 블루 오션 돔이 완성되면 이곳은 바다와 이곳에서 살아가는 바다 생명의 중요성 그리고 플라스틱 등의 폐기물로 해양이 어떻게 오염되는지 보여주는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해요. 반 시게루에게는 '재난 건축가'라는 닉네임도 있어요. 그가 프리츠커 상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수 십 년 동안 전 세계의 재해 현장을 돌아다니며, 저비용의 단순한 피난처와 공공건물을 지어 피해자를 도왔다'는 것이 수상 이유였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난민들은 임시주거시설이 지어지기 전까지 체육관에서 공동생활을 해야 했어요. 사생활 침해가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한 반 시게루는 종이튜브와 커튼으로 칸막이를 만들어 임시 거처의 문제를 해결했어요. 2011 동일본 대지진 임시대피소 Ⓒshigerubanarchitects 반 시게루 솔루션 Ⓒshigerubanarchitects 같은 해 뉴질랜드에서는 지진이 발생했죠. 도시의 상징이었던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도 큰 피해를 입었고요. 반 시게루는 임시 대성당을 설계했어요. 강도 높은 종이 튜브를 이용해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성당을 만들었어요. 의자까지 모두 종이로 만든 '카드 보드 성당'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건재해요. 임시가 아닌 '상설 성당'이 된 셈이죠. 많은 사람들이 종이 성당을 방문할 정도로 인기고요. 카드 보드 성당 Ⓒshigerubanarchitects 카드 보드 성당 Ⓒshigerubanarchitects 카드 보드 성당 Ⓒshigerubanarchitects 친환경 재료로 건물을 짓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건축이 아니라, '낭비하지 않는 건축'이 지속가능한 건축이라는 반 시게루의 지론은 분명해요. 쉽게 구할 수 있고,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 아무리 친환경 소재로 지어도 금방 해체하고 버려야 한다면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반 시게루의 재난 건축은 현재진행형이에요. 우크라이나에서는 난민을 위한 임시 피난처, 목조로 지어진 시립병원 설계했어요. 재난현장에서 한정된 예산과 폐기물을 줄이는 재료로 건축의 이유를 부각시키고,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건축가 반 시게루. 그는 ‘친환경 건축’이란 무엇인지를 실제로 증명하며 건축가로서 직업의식을 실천하고 있죠. 친환경의 허상에 빠지지 않는 것. 친환경이라는 말의 인플레이션 시대에 반 시게루의 신념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단계 별 구호 프로젝트 Ⓒshigerubanarchitects 우크라이나 시립병원 모델링 Ⓒshigerubanarchitects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행동하는 종이 건축 / 반 시게루 저 '종이는 진화한 나무다' 반 시게루의 말입니다. 반 시게루가 '종이 건축'을 하게 된 계기와 과정, 그의 건축 철학을 소개한 책이에요. 재난 현장에서 사람들이 거처할 건물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어려움, 실제 난민들이 건물을 사용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어요. 반 시게루는 '자원봉사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곧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라고 이야기해요. 그의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 속에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과 인간적인 고민까지 알 수 있어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shigerubanarchitects.com/https://www.dezeen.com/2023/05/31/shigeru-ban-domed-expo-2025-osaka-pavil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