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미술관 입구 Ⓒmori art museum 그녀에게 엄마는 ‘거미’였어요 여행지에서 우연히 좋은 전시를 보게 되면 ‘대박!’이라는 외마디가 절로 나오죠. 그러니 짧은 일정이라도, 예기치 않았던 스케줄이라도 머물고 있는 그 도시에 좋은 전시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세요. 행운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니까요. 모리 타워 전망대 Ⓒviator 지금 도쿄의 모리미술관에서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요. 롯폰기힐즈에 있는 모리미술관은 53층의 시티 뷰를 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이곳에 거대한 청동 거미가 전시되어 있죠. 2010년에 99세의 나이로 타계한 프랑스계 미국인, 루이스 부르주아(이하 부르주아)의 작품이에요. <나는 지옥에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멋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는 타이틀로 설치미술, 조각, 드로잉, 직물에 이르기까지 100여 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리 미술관 Ⓒtimeout 부르주아가 만든 거미의 이름은 마망(maman). 엄마라는 뜻이에요. 그녀는 왜 거대한 거미를 만들고 엄마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부르주아는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그녀의 아버지는 아픈 어머니를 두고 외도를 했거든요. 그것도 자신의 가정교사인 젊은 여자와 말이죠.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과 어머니에 대한 연민이 그녀의 감정을 지배했죠. 그녀의 어머니는 모든 것을 견뎌야 하는 무력한 존재였고요. Ⓒmyartbroker 베틀로 직물 짜는 일을 했던 어머니. 부르주아는 어머니를 회상하며 거미의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가냘픈 다리로 땅을 딛고, 생산적인 일을 하며 알을 보호하는 거미에게 모성애를 발견한 거죠. 부르주아는 나약한 이미지의 거미가 아니라, 파격적이며 압도적인 크기의 거미를 만들었어요. 청동 소재의 거미는 대리석의 알을 소중히 품고 있죠. 강인한 존재로서 엄마를 대변하는 모습이에요. 1911년생인 부르주아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1999년이에요.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모던’이 오픈하면서 부르주아의 거미도 함께 세상에 출현했죠. 발전소 건물이었던 테이트모던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7층 높이의 거대한 기관실, 터빈홀이죠. 부르주아의 거미가 등장한 것이 바로 이 터빈홀이었어요.155m 길이에 35m 높이의 텅 빈 공간에 설치된 청동 거미는 단숨에 세계의 주목을 받았죠. 테이트모던을 임팩트 있는 현대미술 전시관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고요. 지금은 테이트모던 터빈홀에서 나와 야외 광장에서 부르주아의 거미 1호를 볼 수 있어요. 테이트 모던 미술관 Ⓒtatemorden 테이트 모던 미술관 Ⓒartrabbit 두려움, 연민, 원망, 배신 등 삶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담아낸 거미 작품은 이제 전 세계 도시에 퍼져 있어요. 스페인 빌바오 미술관, 캐나다 국립 미술관을 비롯해 일본의 모리 미술관과 우리나라의 호암 미술관에서도 부르주아의 청동 거미를 볼 수 있어요. 서울 도심의 ‘리움 미술관’에 있던 ‘마망’은 2021년 9월에 경기도 용인의 ‘호암 미술관’ 수변 공원으로 옮겨왔어요. 대자연 속 9m 높이의 청동 거미는 ‘모성애’라는 위용을 드러내고 있죠. 누구는 가느다란 8개의 다리를 위태로운 여자 이미지로 볼 수도 있고, 누구는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이미지를 볼 수 있지만 나약하지만 동시에 강인했고, 무력했지만 생산적이었던 어머니를 형상화하고 있어요. 구겐하임 미술관 Ⓒguggenheim-bilbao 호암 미술관 Ⓒleeum 캐나다 국립미술관 Ⓒmyartbroker 이렇게 거대한 청동 거미를 제작했던 부르주아는 140cm의 작은 체구를 가진 작가였어요. 거의 60세까지 이름을 알리지 못했지만 70세 이후 왕성한 활동을 했고요. 약한 듯 보이지만 강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에게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끌어내는 그녀야말로 거대한 청동 거미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모리 미술관 Ⓒmori art museum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 정진영 루이스 부르주아를 세계적인 설치 예술 작가로 만든 것은 엄마라는 존재였어요.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죠. 부르주아의 작품을 통해 엄마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극단적인데 선택으로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는 엄마를 AI로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엄마 이전에 한 인간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그리고 제대로 이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에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www.leeumhoam.org/leeum/collection/preservation/15?params=Yhttps://www.timeout.com/tokyo/art/louise-bourgeois-i-have-been-to-hell-and-back-and-let-me-tell-you-it-was-wonderfulhttps://www.mori.art.museum/en/index.htmlhttps://www.guggenheim-bilbao.eus/en/the-collection/works/mamanhttps://www.theeastonfoundation.org/https://www.viator.com/en-GB/tours/Tokyo/Roppongi-Hills-Observatory-Ticket-Tokyo-City-View/d334-41470P1https://www.viator.com/en-GB/https://www.artrabbit.com/events/louise-bourgeoishttps://www.myartbroker.com/artist-louise-bourgeois/articles/louise-bourgeois-woman-behind-spider-sculp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