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이즈로도 충만하다 연말 분위기를 ‘하드캐리’하는 것은 백화점이죠. 도심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펼치는 스펙터클한 LED 파사드는 인증샷 명소가 된 지 오래고요. 반짝이는 조명들이 올 한 해도 지치고 수고한 마음들을 환하게 밝혀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어번리서치에서는 조금 차분하게 위로받을 수 있는 성당을 찾아봤어요. 보스턴으로 한번 가보실까요? 명동 신세계 백화점 / Ⓒ신세계 공식 홈페이지 미국 동부의 보스턴은 명문대 도시로 유명하죠. 하버드와 MIT 외에도 실용음악으로 유명한 버클리 음대(UC 버클리와는 다른 곳이에요), 노스이스턴 대학, 터프츠 대학, 에머슨 대학, 보스턴 유니버시티와 보스턴 칼리지, 힐러리 클린턴이 나온 웰즐리 대학 등이 모여 있죠. 우리가 찾아갈 곳은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내에 있는 채플이에요. 엄밀히 말하자면, MIT는 보스턴 주의 주도인 매사추세츠가 아니라 강 건너 케임브리지라는 도시에 있어요. 하버드 대학과는 가까운 거리에 있죠. 1865년에 개교한 MIT는 건축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아이코닉한 건물들이 많아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의 스타타 센터(Stata Center), 핀란드의 거장인 알바 알토의 베이커 하우스(Baker House),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디자인한 이오밍 페이의 그린빌딩(Green Building) 그리고 건축 답사를 위해 찾는다는 스티븐 홀 설계의 사이먼스 홀(Simmons Hall) 기숙사까지 그야말로 건축의 입체북 같아요. 프랭크 게리의 스타타 센터 Ⓒhydrotechusa 알바 알토의 베이커 하우스 Ⓒboston.curbed 이오밍 페이의 그린빌딩 Ⓒboston.com 스티븐 홀의 사이먼스 홀 Ⓒarchdaily 스티븐 홀의 사이먼스 홀 Ⓒarchdaily 우리가 찾아갈 예배당은 위의 건축물들에 비하면 작은 규모예요. MIT 예배당(MIT Chapel)은 핀란드계 미국인 건축가인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이 설계한 붉은 벽돌의 원통형 건물입니다. 뉴욕 케네디 공항 안에, 날개를 펼친 듯 유려한 곡선의 TWA 터미널을 설계한 바로 그 에로 사리넨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밖에서 보는 MIT예배당은 아담하고 소박한 이미지죠. 사리넨은 이곳을 ‘순간의 평온과 내면의 평화를 느끼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1955년에 완공된 이 원통형 건물에는 창문이 없어요. 벽면에는 크기가 다른 아치 패턴이 보이고, 물을 가둬 놓은 얕은 해자가 건물을 둘러싸고 있어요. MIT 채플 Ⓒlukeinspired MIT 채플의 해자 Ⓒcapitalprojects.mit.edu 노란 문을 열고 낮은 천장고의 복도를 지나면 약 9m 높이의 원형 예배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14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작은 예배당은 서프라이즈 요소를 품고 있어요. 첫째는 어두운 공간 속에 한줄기 빛이 천장의 동그란 창을 통해 들어온다는 점이에요. 벽 아랫부분을 통해 외부의 해자에서 반사되는 빛이 벽을 비추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마치 간접조명처럼, 벽을 비추는 일렁이는 빛 덕분에 신성한 느낌이 더해지고요. MIT 채플 내부 Ⓒlukeinspired 두 번째 서프라이즈 요소는 구조의 반전이에요. 분명 밖에서는 원통형 공간이었는데, 내부로 들어서면 물결치는 듯한 굴곡진 공간을 만나게 되죠. 당연히 내부도 원통형일 거라도 생각했던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겪으면서 놀라움을 경험하죠. 곡선의 벽면은 마치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에요. 동적인 벽의 정적인 위로라고 할까요? 곡선 벽 Ⓒknoll 세 번째 서프라이즈 요소는 천장에 있어요. 이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아트 조각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해리 베르토이아’(Harry Bertoia)의 작품이에요. 청동으로 도금한 얇은 금속판 조각들은 천상에서 내려오는 메시지처럼 예배당 안에 빛을 흩뿌리고 있어요. 해리 베르토이아의 작품 Ⓒknoll 채플은 MIT의 거대한 캠퍼스 규모에 비해 아담한 편이지만 공간의 역할은 절대 아담하지 않아요. 어쩌면 대학에서 키워야 할 것은 질문의 힘과 공감력, 감수성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만들어주는 것일 테고요.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연말이라 소개해 드렸습니다. Ⓒknoll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건축가의 공간 일기 / 조성익 저 MIT캠퍼스에 있는 채플처럼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몰랐던 인생 공간을 발견할 수 있어요. 저자는 '공간이 가지는 단단한 현실감은 가상의 것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힘이 있다‘고 이야기해요. 도시의 수많은 공간 속에서 운 좋게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되면, 그 공간을 통해 내면이 성장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인생 공간은 어떻게 찾는 것인지, 나다운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 책이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www.shinsegae.com/magazine/view.do?pSeq=1778https://www.hydrotechusa.com/projects/mit-stata-centerboston.curbed.comhttps://www.lukeinspired.com/sacred-blog-index/2019/2/17/mit-chapel-cambridgehttps://www.boston.com/uncategorized/noprimarytagmatch/2012/09/17/hackers-delight-a-history-of-mit-pranks-and-hacks/https://capitalprojects.mit.edu/projects/mit-chapel-building-w15https://www.archdaily.com/65172/simmons-hall-at-mit-steven-hollhttps://www.knoll.com/knollnewsdetail/wire-and-cur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