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zeen 10대 이후 우리는 자연사박물관에 발을 끊는다 올해 대입은 그 어느 때보다 ‘의대’가 강력한 키워드가 되었죠. 그 뒤를 잇는 인기 학과는 시장에서도 수요가 많은 공대 계열인 듯하고요. 누군가의 진로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물심양면 수험생 자녀들을 지원해 온 부모라도 말이죠. 아마도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의 선택이 순탄한 장래로 이어지길 바랄 거에요. 조금 우려가 되는 부분은,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준비하는 학생들조차 ‘불확실한’ 카드를 자발적으로 버린다는 점이죠. ‘먹고사니즘’이라는 기준을 우리 사회가 청춘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이식시킨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뜨는 과, 여전히 수요가 많은 학과로의 쏠림 현상은 순수 학문, 기초과학에 대한 공백으로 이어지죠. ‘문사철’이 기피 대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자연과학을 전공하겠다는 것은 순진하다 못해 차선책으로 보는 것이 요즘 시선이죠.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를 고백할게요. 뉴욕 도심에 생긴 거대한 자연사박물관을 보면서 단순히 다른 도시의 건축물로 감상만 하기에는 마음에 걸린 탓이에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자연박물관을 다녔던 기억, 부모라면 한두 번은 있으실 거예요. 그때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고학과 동물의 뼈, 지구의 신비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생각하셨을 테고요. 그러나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아이는 자연에 대한 관심도 졸업해야 했을 거에요. ‘쓸데없는’ 일에 관심을 갖기에는 할 게 너무 많으니까요. 각설하고, 초롱초롱한 아이 눈으로 뉴욕의 자연사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해요. 2023년 맨해튼 도심에 오픈한 ‘길더 센터’(Gilder Center for Science, Education, and Innovation)는 현재 뉴욕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물로 소개되고 있어요. 기존 박물관이었던 3개 건물을 허물어 리모델링한 이곳은 스튜디오 갱(studio gang)을 만나 새로운 방향으로 설계되었어요. 스튜디오 갱은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 속에서 어떻게 자연을 경험하게 할지 고민했어요. 길더 센터는 자연에 대한 탐험과 발견의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재정의되었죠. 마침내 협곡과 동굴, 빙하에서 영감을 받아 박물관을 구현했어요. Ⓒdezeen Ⓒdezeen 어떤 방향에서도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외부와의 접근성을 높이고, 내부는 화강암으로 거대한 동굴 같은 공간을 만들었어요. 마치 자연이 만든 것처럼 기하학적인 형태로요. ‘탐험을 장려하는 경험적 건축’이라는 콘셉트로 박물관의 역할도 확대했어요. 연구 공간과 교육 센터, 컬렉션 등을 대중에게 공개하면서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도록 했죠. Ⓒdezeen 길더 센터는 나이와 상관없이 흥미로운 콘텐츠로 가득해요. 50만 마리 이상의 작은 생물체, 4만건 이상의 표본이 있어서 볼 거리가 끝이 없죠. 곤충관에서는 18종의 살아있는 곤충을 만날 수 있고 나비 사육장에서는 80종이 넘는 나비의 라이프 사이클을 관찰할 수 있어요. 곤충의 생태계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죠. Ⓒdezeen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인터랙티브 전시인 <보이지 않는 세계>(Invisible Worlds)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어요. 몰입형 디스플레이와 세계에서 가장 큰 자연사 도서관을 갖춘 길더 센터. 전형적인 박물관 구조를 벗어나 자연의 유기적 구조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공간은 자연과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요. 우리가 탐험할 수 있는 자연은 너무나 미세하면서도 거대하죠. 10대 이후 관심을 끊기에는 무궁무진하고 우리의 장래와 이어져 있다고 할까요? <보이지 않는 세계>전 Ⓒamnh 자연사 도서관 Ⓒamnh Ⓒdezeen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더 인간적인 건축 / 토마스 헤더윅 저 뉴욕의 길더 센터는 이 책이 말하는 ‘더 인간적인 건축’에 가까워요. 따분하지 않고 활력을 주는 건물이니까요. 저자인 토마스 헤더윅은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건축가에요. 그는 도시의 건물들을 감상하는 수많은 행인들의 시선으로 따분한 건축들을 비판해요. 따분함은 심리적인 박탈 상태이며, 음식이 부족할 때 고통받는 것처럼 감각정보가 부족할 때 뇌가 고통받는다고 주장하죠. 이 책을 읽고 나면, 효율성을 중시한 정형화된 건물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누적시키는지 깨닫게 될 거예요. 그가 강조하는 ‘따분함’은 한가한 얘기가 아니라 유해한 요소라는 것도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www.dezeen.com/2023/04/28/studio-gang-gilder-center-new-york-city/https://studiogang.com/projects/gilder-center/|https://www.amnh.org/exhibitions/permanent/gilder-center